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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오비 1 일광이 차단된 검은 하늘 아래 회백색의 분진이 정신 없이 휘날렸다. 손바닥에 쌓이는 거친 입자의 가루를 날려 보내며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음을 나는 기억해냈다. 영하권의 지역에서는 상공에서 응결된 수증기가 얼음 결정의 형태로 바뀌고, 그러한 결정이 수백 개가 모이면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했다. 눈송이라고 하지. 손가락 사이로 녹아드는 눈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던 내게 오비완은 그렇게 설명했다. 당시 내가 아는 세상은 나고 자란 사막 행성의 도시인 모스 에스파와 코러산트의 제다이 사원이 전부였고, 나의 세계는 오비완의 조율에 따라 서서히 확장되어 가던 중이었다. 차갑고 축축하게 달라붙는 얼음 알갱이가 신기하여 손바닥을 펼친 채로 가만히 있자 그는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장갑을 내 두 손에 .. 2022. 3. 11.
[아나오비] 모형 조립 모형 조립 이곳 밤하늘은 고향과는 달리 새벽까지 밝아, 웬만한 크기의 별이 아니고서야 불야성을 이루는 시가지의 불빛에 흐려지기에 십상이었다. 나의 고향 행성은 고작 유년기의 기억만으로도 다시는 발조차 들이고 싶지 않은, 볼품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우주 변두리의 행성에 불과하나 그곳 사막에서 올려다보는 수많은 별과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은하수의 경치만큼은 평생에 걸쳐 쉬이 잊히지 않을 장관이었다. 한밤중에 나와 도심의 탁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곳의 밤하늘은 아직도 여전한지 궁금해지곤 했다. 요새 나는 가벼운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중증까지는 못 되고, 유달리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면 한참을 침상 위에서 뒤척이다 샛별이 뜰 때쯤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정도였다. 때로는 아예 작정하고 밖에.. 2021. 8.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