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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오비 1 일광이 차단된 검은 하늘 아래 회백색의 분진이 정신 없이 휘날렸다. 손바닥에 쌓이는 거친 입자의 가루를 날려 보내며 어디선가 이와 비슷한 경험을 한 적이 있음을 나는 기억해냈다. 영하권의 지역에서는 상공에서 응결된 수증기가 얼음 결정의 형태로 바뀌고, 그러한 결정이 수백 개가 모이면 다시 땅으로 내려온다 했다. 눈송이라고 하지. 손가락 사이로 녹아드는 눈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던 내게 오비완은 그렇게 설명했다. 당시 내가 아는 세상은 나고 자란 사막 행성의 도시인 모스 에스파와 코러산트의 제다이 사원이 전부였고, 나의 세계는 오비완의 조율에 따라 서서히 확장되어 가던 중이었다. 차갑고 축축하게 달라붙는 얼음 알갱이가 신기하여 손바닥을 펼친 채로 가만히 있자 그는 언제 준비했는지 모를 장갑을 내 두 손에 .. 2022. 3. 11.
스타워즈 개미지옥이네 1970년대 후반부터 202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장르의 위엄이란 이런 것일까. 어디로 눈을 돌려도 덕질거리가 이렇게나 풍부하다니. 조금 감동 먹고 있다.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다큐멘터리, 코믹스, 소설, 설정집, 굿즈, 팬비드, 팬픽... 떠먹이다 못해 입에 들이붓는 수준으로 많네. 팬덤 쪽수가 많아서 돈이 되니까 파생작 찍어내고 그럼 또 거기서 신생 팬이 생기고 그런 거겠지요. 어느 한 시대 혹은 어느 한 인물만 파도 심심하지 않다는 점이 너무 좋다. 아나오비만 파도 덕질거리가 넘쳐서 행복하다 이 말입니다.... 후후 아나오비는 이미 오리지널 시간대에서 둘 다 포스영이 되어 저승으로 신혼여행 떠났으니, 나야 알 바 아니긴 한데... 그래도 장르 입덕자로서 앞으로의 스타워즈 세계관이 어떻게 변할.. 2021. 8. 16.
아나오비 입덕까지 의식의 흐름 로그원 개봉했을 때 배경 지식 1도 없이 영화 보러 감 ▶ 근데도 인생 띵작... 역시 유명한 시리즈는 다 이유가 있구나 납득하며 4561237까지 달림 ▶ 그냥 로그원만 띵작이었던 걸로... 그치만 한 시리즈의 영화를 8편이나 봤다니 나도 이젠 제법 스덕 같아요 ▶ 레일로 잡고 본격적으로 입덕 해볼까 하는 차에 8편 개봉! ▶ 빠른 손절 그리고 스워는 잊혀 졌다 ▶ 그러다가 때는 올해 초 누가 만달로리안 드라마를 영업함 + 한창 루크 무쌍 씬으로 덕후들 질질 짜는 리액션 영상이 돌았음 우는 거 보니까 궁금해짐 ▶ 딪플 끊고 만달 2까지 달림 ▶ 끊은 딪플 아까우니까 뭐라도 봐야지 ▶ 어 스타워즈가 애니메이션이 있어? 시즌 7? 좀 많이 기네... 안 봐요 ▶ 완다 비전 달림 ▶ 끝나고 또 볼 거 없어짐.. 2021. 8. 13.
[아나오비] 모형 조립 모형 조립 이곳 밤하늘은 고향과는 달리 새벽까지 밝아, 웬만한 크기의 별이 아니고서야 불야성을 이루는 시가지의 불빛에 흐려지기에 십상이었다. 나의 고향 행성은 고작 유년기의 기억만으로도 다시는 발조차 들이고 싶지 않은, 볼품없고 지루하기 짝이 없는 우주 변두리의 행성에 불과하나 그곳 사막에서 올려다보는 수많은 별과 그 사이를 유유히 흐르는 은하수의 경치만큼은 평생에 걸쳐 쉬이 잊히지 않을 장관이었다. 한밤중에 나와 도심의 탁한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그곳의 밤하늘은 아직도 여전한지 궁금해지곤 했다. 요새 나는 가벼운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중증까지는 못 되고, 유달리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면 한참을 침상 위에서 뒤척이다 샛별이 뜰 때쯤에야 잠자리에 들 수 있는 정도였다. 때로는 아예 작정하고 밖에.. 2021. 8. 13.